■ 머나먼 거리 (일산-강남)
22년 11월 건강검진 중 일어난 일이다. 왼쪽 갑상선에 2.3cm 결절이 발견되어 조직검사를 진행해야 하니 병원을 다시 방문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집은 일산, 건강검진을 받은 병원은 강남이었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라 결절 여부를 떠나서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건강검진 당일에도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2, 3번은 내려서 화장실을 들리는 대장정을 겪었기 때문에 강남으로 향하는 중에 PTSD가 왔다.
■ 검사 결과 5단계(높은 확률로 암 의심)
아무튼 무사히 세침흡인검사는 끝났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예전에 통화했던 원무과에서 온 게 아닌 나를 세침 해주었던 병원 과장님이 직접 전화를 하셨다.
"지난주 세침검사 하신 거 결과가 나와서 연락드렸어요."
"네 선생님, 결과가 어떤가요?"
전화를 한 과장님은 말을 곧바로 이어서 하지 않고 지난번 검사할 때 설명했던 내용을 나에게 되뇌며 세포검사의 결과를 통보하였다.
"검사할 때 제가 말씀드렸던 거 기억하시죠? 이게 단계가 6단계까지 있는데..."
"아, 네 기억납니다. 제가 좀 높은 단계인가요?"
" XXX님은 검사결과가 좀 나쁜 상황이에요. 5단계로 나왔고 결절의 모양도 그렇고 수술이 필요하실 것 같습니다. 병원에 다시 방문해 주셔야 해요."
그 먼 거리를 다시 가야 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걱정이 되지 않을 정도로 더 큰 걱정이 생겨버렸다. 결과적으로 암이라고 확정이 안 나왔을 뿐 수술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었고 당연히 물혹정도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충격이 컸다.
한동안 내가 말을 하지 않으니 과장 선생님이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갑상선암은 예후도 좋고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세침 검사와 모양으로 봤을 때 암일 확률이 80% 이상이라고 봐주시면 되고 이거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예요. 저희 병원에서 수술하셔도 되고 다른 병원에서 하시겠다고 하면 소견서와 관련 서류들 전달드리도록 할 테니 생각해 보시고 연락을 다시 주세요."
전화를 받을 당시에는 살짝 어리버리한 상태라서 자세한 건 물어보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할지 몰라서 계속해서 이게 진짜 암인지만 되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단 해야 할 일은 정해졌다. 건강검진을 통해 받은 초음파 사진과 세침검사 자료를 들고 다른 병원을 가봐야 한다는 것.
갑상선암 수술, 어디 병원을 가야 하나?
■ 갑상선암 수술은 어디서, 누구에게?
다른 몸에 비하여 목의 면적은 상당히 좁고 해부학적으로도 구조가 복잡한 편이다. 뼈는 물론 근육기관이나 신경, 혈관 등 중요한 장기들이 모두 지나가는 통로이고 그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 갑상선이다. 그 정도로 갑상선은 정교함을 요하는 수술이라는 점에서 결코 쉬운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어디 병원을 선택을 해야 할지 큰 고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병원보다 수술을 진행할 의사이다. 2022년도 동아일보에 기재되었던 "명의가 추천한 갑상선암 명의" 명단이 있는데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전통적으로 보았을 때 갑상선암 명의 중에는 세브란스병원 출신들이 많은 편이다. 이는 갑상선암 1세대이면서 국내에서는 갑상선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진 강남세브란스 병원 박정수 명예교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현재 박정수 교수님은 일산 차병원에 계신다)
다만, 실제로 연세 세브란스 병원으로 갑상선암 수술 날짜를 잡으러 갔을 때 느끼게 된 부분인데 갑상선암 수술을 잘한다고 소문이 난 곳만 유독 사람들이 넘쳐나 수술예약을 잡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연세 세브란스 XXX 교수님과 수술 일정을 잡으려고 하던 중에 들은 말이다.
■ 유명한 곳은 수술일정을 잡기 힘들다
"암이긴 하지만 갑상선암은 수술이 비교적 어렵지 않아요. 여기(연세세브란스)에서 하려면 내년(23년) 6월(당시 22년 11월) 이후에나 가능하겠네요. 그리고 웬만하면 거주하는 곳이랑 가까운 곳에서 수술을 하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수술 자체는 어렵지 않고 국내 갑상선 수술 집도하시는 분들은 다들 잘하시니까 굳이 여기서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일산에서 하신다면 차병원이나 국립암센터 쪽으로 가보시죠."
이 말에서 내가 느낀 부분은 갑상선암 수술은 환자에게 있어 목을 건드리는 거라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정작 전문의에게는 크게 난이도 있는 수술이 아니니까 수술이 필요하면 굳이 늦은 순서를 기다리지 말고 빠른 일정이 가능한 선생님과 병원이 있는지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뭔가 전국 수능 1등이 "공부 그냥 교과서 보고 하면 어렵지 않아요." 하는 느낌이긴 했지만 그 말을 들으니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아도 일산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일단 그렇게 연세 세브란스를 나와서 다음으로 일산 근처에 있는 국립암센터와 일산차병원에 연락을 해 보았다. 일산 차병원의 경우는 더 엄청났던 게 박정수 교수님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앞으로 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응답을 들었다. 수술 날짜를 잡는 것이 아닌 수술 날짜를 잡기 위해 진료를 받기 위해 2개월을 기다린다는 건 좀 충격적이긴 하다. 그만큼 일산차병원 박정수 교수님의 인지도가 높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 국립암센터에서 수술 결정
다행스럽게도 국립암센터는 수술 상담 일정도 비교적 빨리 잡혔고 수술 일정도 원래는 2월을 얘기하셨으나 2월에 복직을 앞두고 있어서 조금 더 서둘렀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니 선생님이 쿨하게 1월 중으로 일정을 잡아주셨다. 내 수술을 진행해 주실 의사 선생님도 갑상선 쪽에서 꽤 유명하신 분이신데 이렇게 빨리 일정이 잡힌 거 보면 내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빨리 갑상선에 있는 암덩어리를 떼어버리고 싶었기에 당일 바로 수술 예약을 하고 정밀검사 스케줄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니 또 하루가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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