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상선 수술 이후 첫 외래 진료까지
2022년은 저에게 있어서 상당히 고독하고 우울한 한 해였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경영악화로 인해 무너져 내렸고 청약에 당첨되었던 아파트는 금리상승과 더불어 매월 몇 백만 원의 이자를 갈취해 가는 짐덩어리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삐걱대는 몸상태. 매일 몸과 마음의 관리를 재정비하고 다짐하지만 하루하루 어깨를 짓누르는 평범한 삶이란 놈은 목적지도 보이지 않는 자갈밭길 위에서 나의 손과 발을 묶은 채 하염없이 굴렁쇠질을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심신은 평범한 삶이라는 놈을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니까요.
진행상황
- 건강검진 中 갑상선 결절의 발견
- 미세침 세포검사를 통해 갑상선 6단계 中 5단계 진단
- 높은 확률로 갑상선 암 의심 소견을 받고 국립암센터에서 반절제 수술 진행
- 3박 4일 입원 후 퇴원
- 첫 외래 진료
■ 진단서 발급
퇴원 이후 보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첫 외래 진료를 위해 국립암센터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사실 입원하는 중에도 컨디션이 너무나도 괜찮았었고 퇴원 할 때에도 소화제와 아프면 먹으라고 약간의 진통제를 처방받았었는데 활동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약은 먹지 않았습니다.
사실 첫 외래 진료를 가면서 좀 걱정되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갑상선 암 관련 카페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갑상선 암 수술을 권유받고 수술을 하였는데 막상 절제를 하고 조직검사를 다시 해보니 이게 암이 아닌 상황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암이 아니면 너무나도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굳이 수술하지 않았어도 될 거를 목을 갈라서 빼냈다는 게 되어버리니 어찌 보면 난감한 상황이죠. 물론 이와 함께 암보험금 또한 지급받지 못하는 부분도 한 몫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걱정의 95%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했다나요. 질병 분류코드까지 확실히 찍히면서 명실상부한 갑상선암 환자가 되었습니다.
(C73은 갑상선의 악성신생물(암))에 해당하는 질병을 뜻합니다.
그리고 또 이번 외래진료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 반절제를 하고 떼어놓은 조직을 면밀하게 검사하는 중에 발견하였는데 암이 1개가 아니라 3개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저를 나락을 빠트린 건 검체로 채취된 림프절 에서 전이가 확인되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암이나 질병에 무지한 저 같은 일반인도 "암 전이"가 얼마나 공포스러운 단어인지는 알 수 있었고 사실 그 얘기를 들은 후부터는 의사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상태나 컨디션도 상당히 괜찮았고 목의 상처도 생각보다 빨리 아무는 느낌이라 이렇게 그냥 다시 예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 암이 1개가 아니고 3개나 발견되었네요. 림프절 전이도 확인되었어요. 그런데 이거 때문에 당장 수술을 할 필요는 없고 건강 관리하면서 계시다가 3개월 후에 다시 한번 CT랑 찍어보시죠?"
의사 선생님은 참으로 덤덤하셨습니다. 저보다 훨씬 상황이 안 좋거나 나쁜 수많은 환자들을 상대하고 계시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오히려 담백하게 말 해주는 부분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황이 그렇게 나쁘진 않은가 보구나'
하지만 암 덩어리가 3개나 있고 림프절 전이까지 되었다는 저를 안심시키기에는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은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정확한 내몸의 상태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정확히 무엇을 물어보아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담배는 끊었지만 술은 도저히 못 끊겠는데 조금씩은 먹어도 될지, 피해야 될 음식은? 전이가 정확히 어디까지 진행이 된 건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병리검사결과지(조직검사 결과_면역병리검사)
오늘은 갑상선암 보험금과 그 신청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기 전에 병리검사 결과지에 나온 내용들을 좀 해석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저처럼 막상 첫 외래진료를 가서 현 상황을 전달해 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온전한 정신으로 들은 사람이 많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하는 말은 말하는 사람도 그렇고 듣는 사람에 따라서 그 해석과 내용의 전달에 오류가 생길 수 있는 법이니까요.
병리검사결과에서 갑상선암을 진단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3가지
- Galectin-3 : 갑상선암 진단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 중 하나입니다. 양성인 경우 갑상선암을 의심할 수 있으며 갑상선암 진단을 지지하는 증거가 됩니다.
- BRAF V600e(ve1) : 갑상선암 종양세포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를 뜻합니다. 이 변이는 BRAF 유전자의 일부인 V600E의 돌연변이로 종양성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촉진하는 단백질인 BRAF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갑상선암 진단과 예후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해당 검사는 갑상선암의 분류, 치료 및 추적 관찰을 위해 사용됩니다.
- HBME1(3) : HBME는 "Hector Battifora Mesothelial-1"의 약어로 갑상선암 조직에서 발현되는 단백질 중 하나입니다. 이 역시 갑상선암 진단을 돕는 보조적인 지표로 활용됩니다.
※ Summary : Consistent with papillary thyroid carcinoma
- 한국어로 해석하자면 "유두상 갑상선암과 일치함"을 의미합니다. 즉, 검체에서 발견된 조직이 갑상선 유두암과 일치함을 뜻하며 최종적으로 제가 갑상선 유두암임을 뜻합니다.
■ 병리검사결과지(조직검사 결과_외과병리검사)
다음으로는 병리검사결과_외과병리검사지에 대하여 확인해 보겠습니다.
검사지의 내용이 다 영어라서 당황스럽습니다.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실까요
MICRO ( 6HE )
- 갑상선암 조직검사에 사용되는 검사 방법의 하나입니다. 조직을 잘라내어 특정한 염색약을 이용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식인데 이를 통해 갑상선 조직의 세포학적 특성 및 종양의 종류와 특징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Diagnosis : Thyroid, Left, lobectomy
- 좌측에 있는 갑상선의 절제술을 진단한 내용으로 이 진단서는 왼쪽 갑상선 절제술이 수행되어 종양이 제거되었음을 뜻합니다.
Papillary carcinomas(*3), conventional type (*2) & follicullar variant (*1)
- 파 팔리러 갑상선암(Papillary carcinomas)으로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한 종류 중 하나를 뜻합니다. 여기서 옆에 있는 *3은 이 파팔리러 갑상선 종양(Papillary carcinomas) 안에 3가지 서로 다른 종양 유형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뜻하며 그중 2개는 일반적인 형태(Conventional type)이며 나머지 1개는 형질 전환성 속성을 가진 변형(follicular variant)을 뜻합니다.
조금 더 알아본 내용에 따르면 위와 같은 경우는 종양이 다른 부위에 퍼져있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합니다만 더 자세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Tumor location : Left lobe
-종양의 위치는 왼쪽 갑상선 엽
Size of tumor
- 종양의 크기를 나타냅니다.
Encapsularion : absent
- 종양이 덮개로 덮여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는 종양이 캡슐로 둘러싸여 있지 않음을 뜻하고 종양의 세포들이 주변 조직으로 침입하는 것이 조금 더 쉽기 때문에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울 수 있으며 종양 세포들이 더 넓은 범위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Capsular invasion : not applicable
- 종양이 갑상선의 포장막 내부로 침범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갑상선 종양의 대부분은 갑상선 내부에서 발생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종양이 외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내부는 침범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외부에 종양이 위치해 있다는 것은 다른 세포로의 전이가 더 쉬운 상태임을 뜻한다고 합니다.
Lymphatic invaion :present (minimal)
- 림프관의 침범 여부를 알려줍니다. 림프관 침범이 minimal(조금)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양성 세포가 적게 있습니다.
Blood vessel invasion : absent
- 종양 내 암세포가 혈관을 통해 침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음을 뜻합니다.
Extrathyroid extension : absent
- 갑상선 밖으로 종양이 확산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음을 뜻합니다.
Surgical margins : negative
- 수술로 제거된 종양 주변 조직에서는 종양이 확인되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Lymph node : metastasis in 2 our of 2 lymph nodes (delphian Ln 0/0. left level #6 LN 2/2) - size of metastasis : 4mm
- 검체로 채취된 림프절 2 개 중 2개에서 전이과 확인되었고 전이 크기는 4mm로 보입니다.
- delphian 림프절은 전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 Delphian 림프절 (lymph node) : 갑상선의 상부 중앙 부분에 위치한 림프절로 이 영역에 발생한 갑상선암의 전이를 일차적으로 받는 림프절입니다. 중앙 림프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다른 림프절과 달리 상위 림프절로 직접 전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Delphian 림프절의 전이는 갑상선암의 전이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Tumor multicentricity : present
- 종양이 다중성(multicentricity)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갑상선암에서 드물게 발생하지만 악성 종양일 확률이 더 높고 갑상선 암의 재발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합니다.
Other pathology : "Nodular hyperplasia" / "Lymphocytic thyroiditis"
- 갑상선 조직에서 결절성 과증식과 림프구 갑상선염이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 첫 번째인 "Nodular hyperplasia"는 갑상선 결절의 일종으로 조직 내에서 비정상적인 세포 분열이 발생하여 결절이 형성되는 상황으로 종종 갑상선암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하고 대부분 양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 "Lymphocytic thyroiditis" 는갑상선 조직 내에서 T세포와 B 세포 등의 면역세포들이 갑상선 조직을 공격하여 갑상선 조직의 염증을 유발시키는 자가면역성 질환입니다. 이는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갑상선암과 연관되어 발생되기도 합니다.
Parathyroid gland : absent
- 갑상선 주변에 위치하는 부신선은 발견되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부신선(Parathyroid gland)이란 갑상선 근처에 있는 작은 내분비선으로 혈액 중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갑상선과 별개의 내분비선이기 때문에 수술 시에도 부신선은 따로 보존되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갑상선 수술 중 부신선을 건드린 흔적은 없는 정상적인 상황임을 뜻합니다.
Pathologic stage
- 종양의 병리학적인 스테이지를 뜻합니다. 위에 나열된 종양에 대한 종합적인 병리학적 병기를 설명해 줍니다. 종양의 크기, 인근 림프절 침범, 전이여부 등으로 병기를 평가하며 각 시스템마다 병기 분류가 다릅니다만 일반적으로 0기부터~4기까지 존재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pT2N1a로 2기 병기에 해당합니다.
오늘은 조직검사를 통한 병리학 결과지에 대한 해석을 해보았습니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마음 상태가 썩 좋지가 않네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저 역시 건강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아직은 젊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삼십여 년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검사지를 해석하면서 느낀 부분은 높은 확률로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의심된다는 부분입니다.
이번 블로그를 통해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하신 분들이나 현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하여 알아두시고 그에 대하여 미리 준비를 하실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은 갑상선암 진단과 함께 보험에 대한 내용과 실수령까지 관련한 내용에 대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6편 갑상선 암 진단금, 보험금 받기
본 블로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견해와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었으며
어떠한 의학적, 법률적 근거에 기반한 내용이 아님을 밝힙니다.
단순히 참고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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